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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

초면에 이런 질문을...?! 스위스식 친구먹기 12월 23일 저녁 “친구가 같이 놀자고 하는데 어때, 만나볼래?” 저녁을 다 먹어갈 때쯤 쟌과 마린의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안될 거 뭐 있나 싶어 흔쾌히 승낙했다. 마린과 토마스, 쟌, 그리고 나 넷이서 집을 나섰다. 캄캄한 거리를 가로질러 한 5분 걸었을까. 지붕이 세모난 3층짜리 집이 나왔다. 계단을 오르자 한 이집트 유학생이 문을 열어줬다. 우리를 초대한 친구, 바쿰이었다. 활짝 웃으며 우리를 맞이하는 그의 뒤로 맛있는 볼로네즈 냄새가 났다. 함께 크리스마스 전전날을 보내려고 이렇게 맛있는 볼로네즈를 만들어 우리를 초대했단다. 아- 친구야, 우린 벌써 저녁을 먹고 왔단 말이야. 일찍 귀띔이라도 해주지……. 그랬으면 배를 비워서 왔을 텐데. 바쿰이 살고 있는 집은 한 미국인 가족의 집이었다. 그.. 더보기
프랑스 배우자 체류증을 신청하다 싫어하는 말이 생겼다. 카파카랑 싸 데펑. 카파카 (cas par cas)는 케바케, 그러니까 케이스 바이 케이스의 프랑스어 버전이다. 싸 데펑 (Ça dépend)은 상황 혹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뜻이다. 나는 이 말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싫다. 문화를 설명할 땐 너무나도 좋게 들렸다. "프랑스에서는 손님을 초대할 때 음료를 다양하게 준비하나 보네." "싸 데펑. 우리 집은 음료를 별로 안 좋아해서 손님을 초대해도 맹물이나 와인 정도만 제공해." "프랑스 사람들은 식사랑 디저트 사이에 치즈를 먹는 풍습이 있네?" "카파카. 나는 치즈 안 좋아해서 굳이 그 순서를 지키지 않아." 처음에는 한 나라에 살더라도 개개인이 다르다는 걸 분명하게 인식하는 듯해서 이 말이 참 좋게 들렸다. 카파카. 싸 데펑. 맞.. 더보기
늦었지만 에스칼라드! 2016년 12월 23일 저녁 저녁을 다 먹고 테이블을 치웠다. 쟌의 어머니가 예쁘게 생긴 단지 하나를 테이블 중앙에 놓았다. 초콜릿 냄비라고 했다. “우리 에스칼라드를 기념할 거야! 에스칼라드가 어떤 날인지 기억나?” 쟌이 물었다. “음…으응?” 쟌이 전에 설명을 해준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 났다. “제네바에서 가장 중요한 날인데! 이 날이 없었으면 제네바도 없었다……. 프랑스의 사보아군대가 칠흑 같은 한밤 중에 제네바를 정복하러 왔는데 제네바 시민들이 모두 용감하게 싸워서 승리한 날이야.” “한 아주머니는 끓는 수프 냄비를 통째로 적군 머리 위에 내던졌어. 이 이야기에서 초콜릿 냄비 부수는 전통이 생겼어.” “초콜릿 냄비는 최연장자랑 최연소자가 손을 맞잡고 부숴야 돼.” 가족들이 돌아가며 열심히 설.. 더보기
학교 구경 “내 모교 구경해볼래?” 학교에 무슨 볼거리가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볼거리가 참 많았다. 학생들의 연구과정을 담은 프린트물, 연구 관련 기사, 실험 모형, 공지사항과 학교생활과 관련된 알림 및 학생을 위한 행사 전단이 벽면 여기저기를 채우고 있었다. 비어있는 벽이 거의 없었다. 학습이 교실에 정체되어 있지 않고 학교 모든 공간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도서관에 가보자! 내가 쓴 논문이 아직 있을거야!” “응? 여기 고등학교라고 하지 않았어? 무슨 논문?” “음……, 그게 스위스는 학교 시스템이 달라서 뭐라고 할까… 학사와 석사 그 중간 단계쯤의 논문?” 스위스는 독특한 교육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거기에다가 칸톤마다 정책이 달라서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래그래. 고등학교에서 자신의 '학사.. 더보기
제네바의 모든 것은 말을 한다 백만년만의 "따뜻한 겨울" 에세이 컴백. 2016년 12월 23일 쟌과 토마스, 나 셋이서 시내 구경을 나섰다. 쟌은 들떠보였다. 우리들에게 자신이 자라온 곳 구석구석 보여줄 생각에 신이 났나보다. 나도 한껏 들떴다. 쟌이 수도없이 디뎠을 제네바 거리를 걸어본다는 사실에. 고전과 현대가 한데 어우러져 있는 제네바. 나이가 몇 세기나 될까 싶은 건물들을 한참 따라가다가 기술과학대 건물에 설치되어 있는 특별한 시계를 보며 제네바 속에 탄탄히 자리 잡은 문명의 근육을 실감해본다. 시간을 문장으로 알려주는 시계로 콘크리트 건물과 잘 어울리기까지 하여 세련된 미적 감각도 돋보인다. 한편, 우아한 석조 건물 밑에 자리하고 있는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는 왠지 제네바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어딜 가나 똑같은 글로벌 체인.. 더보기
프스코댁의 일상 V로그 어쩌다 프랑스... 어쩌다 피아노 선생님...^^;; 저의 일상 한 조각 담아봤어요. 어쩌다 피아노를 가르치게 된 비전공자 선생님은 오늘도 열심히 부족함을 메꾸려 노력합니다 저의 펄떡임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길... 자주 들락날락하는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 넘어가는 코스를 담아봤습니다. 시댁 식구들이 제네바에 살고 저희는 프랑스에 살고, 신랑은 일주일 세 번 제네바에 출근하고, 제네바에 종종 모임도 있고... 해서 자주 왔다 갔다 해요. 국경 넘기가 이리도 쉽습니다! 우리나라도 통일이 되어 이렇게 자유롭게 오고 가는 시대가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요즘 영상시대이다 보니 영상으로 메시지 전달하는 법을 알아야겠더라고요. 이런저런 생각에 패기까지 더해서 아주 용감하게 시작한 유튜브. 경험 삼아 틈틈이 .. 더보기
어쩌다 프랑스... 나도 모르겠다 종종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어쩌다 이곳까지...?" 인생은 참 알 수 없는 것 투성이다. 내 계획을 벗어나는 것 이상으로 꿈에도 생각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다 어디에서 시작되었지...?" 부나 명예, 평범한 삶 일체 보장되지 않은 이 삶의 여정. 왜 사서 고생하려는 건지 나도 의문이다. 그렇게 나의 소명을 다시 한 번 돌아본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짧은 인생. '그 끝에 남는 게 뭐지?'하는 질문이 스쳐지나갈 때 그냥 흘려보낼 수 있었을 텐데 굳이 붙잡고 답을 찾으려 한 것이 나를 여기까지 인도했다. "남는 건 생명이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든다 했다. 재물은 스스로 날개를 내어 하늘을 나는 독수리처럼 날아간다 했다. 지혜 있는 자는 궁창의 빛과 같이 빛날 것이요, 많은 사람을 옳.. 더보기
안시 OFII에서 언어테스트와 인터뷰 Annecy에 갔다.프랑스 비자를 승인받게 되면 언어테스트, 인터뷰, 및 신체검사(폐 엑스레이, 키, 몸무게)를 받으러 오라는 통지서를 받게 된다.나는 이 통지서를 작년 3, 4월쯤에 받았어야 했다. 하지만 비자 인증 시스템 오류니, 팬데믹이니 하며 비자 승인 절차가 아주아주 길어졌다. 2개월 뒤에 비자를 재발급받으러 가야 하는 이 시점에 와서야 받은 통지서. 관공서에만 가면 꼭 문제가 하나씩 생겨서 그런지, 이 통지서를 받았을 때 긴장부터 했다. 사실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도. OFII (L’Office Français de l’Immigration et de l’Intégration)에서 보낸 통지서로 이민자들의 정착을 돕는 기관이다. 내 현재 프랑스어 실력을 평가하고 나의 전 직업, 최종학력, 결혼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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