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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

제네바를 거닐다 요즘 햇살이 예쁘게 반짝인다. 포근한 날씨에 하늘까지 맑으니 기분이 좋다. 길에 가만히 서서 두 눈 살포시 감고 햇살을 내 면상 가득 담아본다. 밀려오는 행복함. 겨울은 내 체질이 아닌 듯 하다. 겨울에 담긴 아름다운 추억들 때문에 그 추운 날씨를 견디는 것 같긴 한데 아무튼 난 따뜻한 게 좋아. 토요일 이른 오후, 신랑이랑 같이 공원을 거닐었다. 둘이 그냥 손잡고 언덕을 오르락 내리락, 나무들 사이로 난 오솔길 따라 걷기도 하고 작은 연못을 지나기도 하며. 공원을 거니는 건 복잡한 마음 추스리기에 정말 좋은 것 같다. 요즘 신랑이나 나나 스트레스 수치가 장난이 아니었기에 자연이 주는 선물이 너무 감사한 시간이었다. 우리가 간 공원은 Eaux-Vives(오비브)의 parc la grange (팍 라 그헝.. 더보기
초콜릿의 기원, 효능, 스위스 초콜릿 목차: 1. 초콜릿의 역사 2. 초콜릿의 효능 3. 스위스의 초콜릿 a. 유명한 스위스 초콜릿 b. 스위스 밖에서 구하기 힘든 초콜릿 c. 초콜릿과 일상 1. 초콜릿의 역사 누가 언제 최초로 초콜릿의 주재료인 카카오를 발견했는지는 아직 정확히 모른다. 다만,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초콜릿이 마야와 아즈텍 문명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남부 멕시코 인디언들은 카카오 콩에서 짜낸 음료를 초콜라 틀 xoocolatl이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초콜릿 이름의 유래라고 알려져 있다. Xocolatl의 뜻은 쓴 물. 1500 BC에 고대 올멕 (Olmec)이 사용한 그릇에서 초콜릿과 차에서 발견되는 데오 브로민 성분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로서 올멕족이 종교의식으로서 카카오 음료를 사용했음이 알려졌다. 올멕은 멕시코 .. 더보기
아침식사의 중요성과 스위스 식단 목차: 1. 아침을 먹어야 하는 이유 2. 아침밥 먹지마라 vs 먹어라 3. 스위스의 아침식사 4. 심플한 우리 집 아침식사 나는 위장이 많이 약한 편이다. 걸핏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속이 부글부글. 특히 아침식사 후가 고역이었다. 위가 쓰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장이 꼬이는 듯한 느낌이 들고... 집에 있으면 그나마 가스라도 시원~하게 배출(?)하는데 밖에 나가 있으면 그러지도 못하는 아주 괴로운 시간. 그래서 아침밥 먹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우리 엄마는 그런 나때문에 애를 많이 쓰셨다. 잠꾸러기인 나를 깨우느라 실랑이. 등교 늦기 전에 아침 밥 먹이느라 또 실랑이. 나는 밥 먹기 싫어서 투정. 한 때 황성주 생식이 전국적으로 인기였다. 아침 먹이는데 지친 우리 엄마에게 아주 큰 선물이 아닐 수가 없.. 더보기
프롤로그 스위스와 프랑스에 처음 발을 디뎠던 때. 2016년 겨울. 거친 산맥 위로 소복이 덮인 눈이 장관이라 비행기 밖을 내내 바라보았다. 제네바 공항에 내렸을 때 시린 바람이지만 청명한 공기가 맛있다고 느껴졌던. 모든 것이 새롭고 설레고 마냥 좋았던 그 때. 나는 그때의 기록을 남겨두고 싶다. 객관적이지는 않지만 그 때 내가 느꼈던 느낌, 품었던 생각, 함께했던 순간, 다녀갔던 장소, 그 순간 그대로 남겨두고 싶기에. 그 순간만큼은 또한 진실한 것이었기에. 또한 아름다운 것이었기에. 그리고 그것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기에. 스위스와 프랑스에 대한 첫 기록을 남기는 작업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마무리 짓지 못했다. 그때 남겨놓은 메모장과 찍어둔 사진들을 토대로 기억을 불러오는 것은 노력을 요한다. 시간의 간격이.. 더보기
스위스의 계절, 알아봅시다 내 프랑스어 선생님은 시어머님이시다. 엄청 불편할 것 같지? 세상 편한 우리 시어머님. 주로 월요일에 시어머님댁에서 프랑스어를 배우는데 끝나고 나면 저녁식사까지 해주신다. 우리 어머님이 천사이신 건가, 내가 날라리 며느리인 건가? 하하. 아무튼, 오늘은 계절과 날씨에 대해서 배웠다. 봄은 printemps, 여름 été, 가을 automne, 겨울 hiver... 수업을 쭉 하다가 어머님께서 스피킹 연습 삼아 내게 물어보셨다. "En quelle saison es-tu né? (너는 무슨 계절에 태어났니?)" "Je suis né en été. (저는 여름에 태어났어요.)" 나는 6월 초에 태어났기 때문에 당연히 여름이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어머님께서, "여름? 아니야. 봄이잖아~"라고 하셨다. 제가 여.. 더보기
해외이사 - 내 26년을 37kg 으로 압축하다 이민갈 때 어떻게 짐을 싸야 할까? 내 평생을 살아온 우리나라를 뒤로 하고 떠나려는 사람은 짐을 도통 어떻게 싸야하나? 내가 한국을 떠날 땐 나와 신랑의 미래가 확실히 정해져있지 않았다. 최소 6개월 스위스에서 살건데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신랑이 하는 일과 여러 복잡한 상황들이 얽혀 우리의 미래는 굉장히 불투명했다. 하나 확실한 건 우린 한국을 떠난다는 것. 한국으로 금방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 내 26년을 캐리어에 넣기 시작했다. 보통 위탁수화물 용량은 24kg. 에티하드는 30kg. 기내 수화물은 7kg까지. 그래서 에티하드를 선택했는데 그래도 26년을 37kg에 다 넣기란 턱없이 부족했다. 우선 나는 옷부터 골랐다. 제네바의 어마어마하게 무서운 물가를 기억하며 최대한 지출을 줄이기위해 .. 더보기
어서와, 설날은 처음이지? "24일부터 26일까지 음력 설(lunar new year)이에요!" "아, 차이니즈 뉴 이어?" 띠로리~ 이 곳 사람들은 설날을 중국식 새해라고 부른다. 이보게요, 한국에서는 그렇게 안불러요이. 음력 설이요, 음력 설. 한국에서는 한국식 새해여. 내가 제네바에서 설을 쇨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못했다. 6개월 전, 제네바에 올 적엔 '설날 같은 거 대충 기념하지 뭐...' 했는데 막상 날이 임박해오니 '아, 그래도 명절인데 명절 음식 해야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뼛속에 입력된 정체성... 또 국제커플이다보니 남편이나 미래의 우리 아이들에게 명절을 잘 소개할 필요성을 느꼈다. 한국과 스위스 문화가 만들어낼 다양성과 가치를 기대하며. 나랑 프랑스어 같이 배우는 중국언니 부부도 초대했다. 언.. 더보기
스위스에서 떡국을 - 내 손으로 뽑은 가래떡 설날은 당근 떡국이지~! 오늘이 음력설이라고 했더니 다들 설에는 뭐해먹냐고 물었다. 설에는 떡국이죠. 희고 기다라며 쫀득쫀득한게 포동포동하기도 한 가래떡. 이 긴 떡은 장수의 상징이라 새해마다 먹는 거예요. 이걸 먹어야 비로소 우리는 "한 살 먹었다"라고 말하는 거고요. 그런데 제네바에서 가래떡을 살 수 있나. 없다. 그동안 한국 음식 별로 그리워하지 않았는데 설날이라 그런가 유독, 별나게 떡국이 먹고 싶었다. 가래떡을 직접 만들기로 했다. 유튜브에 찾아보니 미쿡맘께서 시연하신 가래떡이 있었다. 하루 반나절 정도 충분히 불린 쌀, 소금... 압력밥솥에 물을 자작하게 넣어 밥 짓기... 어, 그런데 난 압력밥솥이 없다! 친구 하나는 유학길을 떠날 때 검정색의 그 무거운 쿠쿠밥솥을 싸들고 갔다. 하지만 나는..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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