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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프스코댁 다이어리

어서와, 설날은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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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부터 26일까지 음력 설(lunar new year)이에요!"

"아, 차이니즈 뉴 이어?"


띠로리~ 이 곳 사람들은 설날을 중국식 새해라고 부른다.

이보게요, 한국에서는 그렇게 안불러요이.

음력 설이요, 음력 설.

한국에서는 한국식 새해여.


내가 제네바에서 설을 쇨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못했다.

6개월 전, 제네바에 올 적엔 '설날 같은 거 대충 기념하지 뭐...' 했는데 막상 날이 임박해오니 

'아, 그래도 명절인데 명절 음식 해야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뼛속에 입력된 정체성...

또 국제커플이다보니 남편이나 미래의 우리 아이들에게 명절을 잘 소개할 필요성을 느꼈다.

한국과 스위스 문화가 만들어낼 다양성과 가치를 기대하며.


나랑 프랑스어 같이 배우는 중국언니 부부도 초대했다.

언니네는 이번 설을 남편이랑 둘이서만 보내는가보다 했는데

우리 집에 초대해서 좋아라했다.

국적은 다르지만 설은 우리에게 아주 중대한 명절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통했다.


"언니, 근데 우한 폐렴... 가족들은 괜찮아요?"

"그러게 말이야..."


별 대답을 하지 않는 언니.

워낙 민감한 주제인지라 언니는 길게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언니 가족들은 아직 괜찮은가보다.



언니는 만두를 곱게 빚어왔다.

중국식 돼지찜(?) 같은 것도 해왔다.

이름을 말해줬는데... 기억이...^^;;

오색 화려한 중국식 디저트도 선물로 가져왔다.


나는 소갈비찜, 산적, 떡국, 배추전을 내놓았다.

어제 저녁부터 준비했는데 몸살이 날 것 같다.

튀김과 나물까지 했으면 아주 드러누우려나 보다.

여자들은 참 명절마다 극한직업을 뛴다 싶다.

제사상까지 차린다 하면... 어휴, 생각만해도 피곤해.

시댁이 스위스라 참 다행인...가?

그래, 다행이긴 다행인데 설날 음식 하려면 나 혼자 해야하잖아 하하

남편을 산적, 튀김 전문가로 트레이닝 시켜야 하려나보다.


사실 말하면 도와줄 사람이 있긴 하다.

우리 시누네랑 시부모님!

특히 우리 형부!

우리 형부는 아프리카 사람인데 설날을 그렇게 기다렸단다.

형부 친구 중 중국인이 있어서 한 5년 연속 덤플링 파티를 해왔던 것이다.

아쉽게도 중국친구는 미국으로 떠났고 그렇게 덤플링 파티도 끝.

근데 내가 코리안이니 설날을 함께 보낼 생각을 했던 것이다.

겉은 아프리카인데 속은 아시아여~


근데 형부과 형부 친구가 주최(?)해온 설날 규모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100명...? 제네바에서 100명의 사람들과 설을 보냈다고...?! 같이 만두 만들고?"


형부, 미안한데 저는 그렇게 못하겠어요...

그리고 이번 년 설이 언제인지 사실 날짜 확인 안하고 있었어요...

2주 남겨두고 알았지 뭐에요...

이 시점에 큰 잔치를 준비하기에는 좀 무리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 집이 좀 작아서 말이죠^^;;


형부는 그런 거 다 걱정 할 필요 없다고 했지만

나는 좀 자신이 없어서 내년에 같이 꾸려보자고 말했다.

내년 2월 12일날 제네바에 계시는 분 연락 주세요 ㅋㅋ


글구 중요한 건! 형부가 24일까지 출장갔다왔지 뭐야.

25일이 설날인데 너무 피곤해서 하루종일 뻗어 잤다지 뭐야.



암튼, 아쉬운대로 시누네랑 저녁을 함께 했다.

시부모님은 오시려다가 다른 일이 생기셔서 못오셨다.


시누이가 떡국과 산적을 보고 색깔 예쁘다며 좋아라 했다.

떡국 고명이 너무 예쁘다며

산적이 알록달록해서 예쁘다며.

우리 고유의 것이 세계적 브랜드라는 말이 떠오른다.



둘 다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웠다.


"다들 이제 한 살씩 더 드신 거에요!"


프랑스 지역 마트에 가니 쌀과자를 팔더라.

그래서 어제 두봉지를 사왔다.

시누네랑 나눠먹었는데 맛난다고 했다.



마음이 행복하다.

하루종일 우리 집이 사람들로 북적여서 명절 분위기 제대로다.

말도 안되는 떡국이지만(이전 에피소드를 보시라) 집밥 냄새가 나서 행복하다.

그걸 또 맛있게 먹어주는 친구들, 가족들이 있어 행복하다.



이렇게 설날을 계속 이어가야지.


이다음에 아가가 태어나면

스위스랑 한국에 세뱃돈 걷으러 다녀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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