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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세이

제네바 도심 스케치 / 쟌의 집 공항에서 출발하여 도심으로 들어선다. 언제 지었는지 알 수 없지만 19, 20세기의 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본 것 같은 건축물들이 줄줄이 보인다. 도시가 고유한 색깔과 아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건물을 새로 짓더라도 비슷한 디자인으로 지어야하며 굉장히 까다로운 건축 심사를 통과해야 한단다. 잘 차려입는 사람들이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거리를 활보한다. 꼭 화려하진 않지만 단정함과 세련된, 도도함이 뚝뚝 묻어난다. 지상 위로 전차가 지나갔다. 트램이라고 불리는 이 교통수단은 버스만큼이나 활용도가 높다고 했다. 지하철은 없지만 왠만한 곳은 트램으로 다 갈 수 있으며 트램을 위한 전선이 길게 설치되어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오후 3시쯤이었는데 교통이 굉장히 혼잡했다. 차가 시원하게 달리지를 못하고 가다서다.. 더보기
마중: 제네바에 도착했어요 제네바에 도착하니 아침 10시 40분. 맑고 차가운 공기가 폐속으로 밀려들어왔다. "와- 공기가 참 맛있어." 공항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생각보다 아담하고 오래된 느낌이 나는 공항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는 사람들. 낯설게 느껴졌다. 어찌된 일인지 쟌의 가족들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마중을 나왔을텐데…!" 쟌은 불안한 마음으로 입국장을 세 번 돌았지만 가족들을 만날 수 없었다. 유심도 없어서 가족들에게 연락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우선은 커피숍에서 기다려보기로 했다. 어차피 토마스를 위해 공항에 3시간은 더 있어야했다. 방글라데시 친구인 토마스는 쉥겐 비자 발급 때부터 고생이었다. 스위스 대사관에 갈 때마다 '은행 잔고 증명서를 떼와라, 보험가입 서류를 떼와라' 등등 준비해야 할 서류만 늘고 비자 발.. 더보기
프롤로그 스위스와 프랑스에 처음 발을 디뎠던 때. 2016년 겨울. 거친 산맥 위로 소복이 덮인 눈이 장관이라 비행기 밖을 내내 바라보았다. 제네바 공항에 내렸을 때 시린 바람이지만 청명한 공기가 맛있다고 느껴졌던. 모든 것이 새롭고 설레고 마냥 좋았던 그 때. 나는 그때의 기록을 남겨두고 싶다. 객관적이지는 않지만 그 때 내가 느꼈던 느낌, 품었던 생각, 함께했던 순간, 다녀갔던 장소, 그 순간 그대로 남겨두고 싶기에. 그 순간만큼은 또한 진실한 것이었기에. 또한 아름다운 것이었기에. 그리고 그것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기에. 스위스와 프랑스에 대한 첫 기록을 남기는 작업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마무리 짓지 못했다. 그때 남겨놓은 메모장과 찍어둔 사진들을 토대로 기억을 불러오는 것은 노력을 요한다. 시간의 간격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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