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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따뜻한 겨울 (2016년 스위스, 프랑스 여행기)

제네바 도심 스케치 / 쟌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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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출발하여 도심으로 들어선다. 언제 지었는지 알 수 없지만 19, 20세기의 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본 것 같은 건축물들이 줄줄이 보인다. 도시가 고유한 색깔과 아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건물을 새로 짓더라도 비슷한 디자인으로 지어야하며 굉장히 까다로운 건축 심사를 통과해야 한단다.

잘 차려입는 사람들이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거리를 활보한다. 꼭 화려하진 않지만 단정함과 세련된, 도도함이 뚝뚝 묻어난다.

지상 위로 전차가 지나갔다. 트램이라고 불리는 이 교통수단은 버스만큼이나 활용도가 높다고 했다. 지하철은 없지만 왠만한 곳은 트램으로 다 갈 수 있으며 트램을 위한 전선이 길게 설치되어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오후 3시쯤이었는데 교통이 굉장히 혼잡했다. 차가 시원하게 달리지를 못하고 가다서다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밖을 천천히 구경할 수 있어 좋긴한데 화장실이 점점 급해온다. 제네바의 교통상황은 늘 혼잡하다고 하니 기억해둘 내용이다.

복잡한 도로를 빠져나와 Léman호를 따라 달린다. 제네바의 상징인 제도(Jet d’eau)는 오늘 운영하지 않았다. 나중에 날을 잡아 구경시켜준다고 말한다.

 

드디어 쟌의 집에 도착했다. 동화속에 나올 법한 주황색에 초록창문이 달린 3층 집. 200년 전 돈 많은 한 귀부인이 은퇴한 선교사님들을 위한 숙소로 지었다는 집이었다.

집 구석구석 200년 전의 숨결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 창문의 유리들은 직접 손으로 유리를 가공했던 흔적이 있었고 창문을 여닫는 방식과 방마다 세면대가 있는 것, 삐그덕 거리는 나무마루, 자기로 만들어진 벽나로가 역사를 말해주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박물관을 걸어다니는 것만 같았다.

집안 구경을 하는것도 굉장히 재미있었다. 방마다 방주인의 개성이 묻어있어 방 주인의 성격과 생각과 관심사와 세계관, 지식의 범주와 깊이를 알 수 있었다. 쟌의 부모님은 자녀들의 방에 있는 물건을 마음대로 만지지 않고 방에 들어갈 때도 항상 노크를 하고 들어오셨다는 얘기는 엄청난 문화충격을 선사한다. 어린아이 때부터 본인의 개성과 의사를 존중받는다는게 어떤 건지 상상이 잘 안간다.

쟌은 작은 것 하나 버리지 않는 타입이라 물건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들으려면 이번 방학이 너무나도 짧을 정도였다. 한국에 대한 마음도 너무나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는데 한국 영화 dvd가 20장 가까이 됐고 책상 앞에는 엄마 아빠의 초상화 사이로 태극기가 붙어있고 한국의 지도, 맥주병뚜껑, 회화사전, 한자풀이사전, 한글성경 등등 방 구석구석 한국이 자리잡고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과자와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다가 짐을 풀었다. 내가 머무는 방은 본래 게스트룸이였는데 문을 열어두고 짐을 풀었더니 나중에는 모든 가족들이 와서 같이 한국과자를 맛보고 담소를 나눴다. 내가 챙겨간 과자는 한국쌀과자위주였는데 다들 너무 맛있게 먹고 특히 인절미맛 나는 쌀과자를 너무 잘 먹어서 놀랍고도 감동스러울 뿐이다. 

14시간을 날아온 우리를 위해 저녁은 스킵하구서 일찍 잠자리에 들도록 가족들이 배려해주었다. 조금 추웠지만 침대에 파고드니 이불과 매트리스가 온기를 꽉 잡아준다. 노곤하다. 아, 오늘 많이 피곤했구나. 시차적응에 문제없기를 바라며 잠을 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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