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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어쩌다 프랑스... 나도 모르겠다 종종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어쩌다 이곳까지...?" 인생은 참 알 수 없는 것 투성이다. 내 계획을 벗어나는 것 이상으로 꿈에도 생각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다 어디에서 시작되었지...?" 부나 명예, 평범한 삶 일체 보장되지 않은 이 삶의 여정. 왜 사서 고생하려는 건지 나도 의문이다. 그렇게 나의 소명을 다시 한 번 돌아본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짧은 인생. '그 끝에 남는 게 뭐지?'하는 질문이 스쳐지나갈 때 그냥 흘려보낼 수 있었을 텐데 굳이 붙잡고 답을 찾으려 한 것이 나를 여기까지 인도했다. "남는 건 생명이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든다 했다. 재물은 스스로 날개를 내어 하늘을 나는 독수리처럼 날아간다 했다. 지혜 있는 자는 궁창의 빛과 같이 빛날 것이요, 많은 사람을 옳.. 더보기
한국편 스페셜] 여명 - 가족이란 9월 6일 가족이란 껴안아야 하는 아픔일까 무심해져야 하는 혈연일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일까 바꿀 수 있는 대물림일까 가족과의 재회는 기쁘기도 하고 멍든 곳을 누른 것처럼 찡-하게 아프기도 하다. 마주해야 하는 과거. 대부분 현재형으로 진행 중인 과거들. 화해하지 않은 다툼, 서로가 싫어하는 행동과 말투, 헤쳐 놓은 상처는 보통 마무리 없이 그냥 잊고 살거나 묻어두고 살다 보니...... 소중하고 애틋하고 행복한 가족을 이루는 건 사실상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가장 무뎌지기 쉬운 부분은 가족이기 전에 한 개인이라는 점인 것 같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각자 좋아하는 음식, 색깔, 스타일, 음악 이런 작은 부분부터 시작해서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 인생의 가치관 등등이 많이 다르다. 나는 우.. 더보기
한국편 스페셜] 여명 - 할머니 할아버지의 첫 만남은?! 9월 7일 거실에 건고추 더미가 하나, 둘, 셋... "바스락, 탁! 바스락, 탁!" 잘 마른 고추를 집어 꼭지를 땄다. 커다란 포대 대여섯 개가 우리 집 거실에 줄줄이 서 있다. 오늘 얼만큼 작업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주문량에 맞추려면 부지런히 손을 놀려야한다. 할머니는 매일 부지런히 출근을 하신다. 아침먹고 내려오시고 또 점심먹고 내려오셔서 우리와 함께 일을 하신다. 부모님이 할머니 밭일을 함께 하고 계신 것도 있지만 할머니 당신이 집에 가만히 누워 있을 체질이 못되신다. 뭐라도 해야하는 당신의 부지런함은 가끔 부담스러울 정도다. (ㅋㅋㅋ) 그러나 할머니가 계신 덕분에 오늘 작업은 굉장히 알찼다. 할머니가 옛날 얘기를 해주셨기 때문이다. "할머니, 살아오신 얘기 해주세요! 할아버지랑 처음에 어떻게.. 더보기
한국편 스페셜] 여명 - 고마운 사람들 8월 20일. 금요일 새벽 비행기라서 일찍 잠자리에 들려는 참이었다. 목요일 저녁, 신랑은 교회 회의에 참석하고 없었다. 회의는 보통 저녁 8시에 시작해 11시에 끝나곤 했으므로 기다리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런데 밤 9시가 되어 현관문이 열렸다. 신랑이 돌아온 것이다. "왜 벌써 왔어? 보통 11시나 되야 회의가 끝나잖아?" "응! 그런데 내일 너가 한국 간다고 하니까 빨리 보내주더라. 한 달 동안 너 못 본다고,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내야 한데. 너랑 같이 먹으라고 디저트도 주셨어." 신랑의 손에는 근사한 모양의 디저트가 들려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발코니에서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디저트를 끝냈고 서로의 눈 속에 풍덩 빠져 떠다니는 별을 잡으려 했다. 비행기표 끊는 일만 남았을 때 나는 좀처럼 .. 더보기
한국편 스페셜] 여명 - 할아버지와의 기억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가도 익숙한 집안 풍경에 마음이 평안하다가도 내가 지금 한국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드문드문 모든 상황이 낯설게 느껴지며'와- 나 진짜 한국에 온 거야?' 하고 놀라곤 한다. 솔직히 어떤 이들은 부모님도 아니고 할아버지께서 아프셔서 한국까지 오는 게 의아하게 생각될 수도 있을 것 같다."할아버지와 많이 가까웠니?"생각해보면 나랑 할아버지랑 그렇게 대화를 많이 하는 사이도 아니고 할아버지가 나를 살갑게 대해 주신 것도 아니다. 과묵한 우리 할아버지는 손자, 손녀는 물론이고 자식들과도 대화가 많지 않으셨다.나도 모르겠다. 왜 할아버지를 이토록 좋아하는지. 기억을 더듬어보면 할아버지께서 어린이집 행사 때 오신 적이 있다.나는 당시 미운 7살의 시기를 정통으로 지나고 있었다. 삐쟁이, 심.. 더보기
환승역, 이스탄불 공항에서 12월 21일, 이스탄불공항 이스탄불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터키까지 장장 11시간 35분을 하늘 위에 떠있다가 드디어 발을 땅에 디뎌본다. 쑤시는 허리와 퉁퉁부은 발, 냄새가 진동하는 몸. 그러나 한국을 떠나면서부터 자유로운 나의 영혼. 동시에 책임감은 더욱 가중됐지만 나는 나 자신으로 호흡하고 나 자신으로 생각하며 나 자신으로 말하기 시작한 것만 같았다. 공항의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이스탄불은 어둠에 완전히 감싸져 있었다. 시침이 8시를 가리키고 있기에 저녁 8시로 생각했으나 아침이었음을 깨달은 것은 9시 쯤 되어 서서히 옅어지는 어둠을 보고서였다. '어두운 아침'. 서로 대치되는 단어의 배열이자 모순처럼 느껴지는 이 두 단어의 조합은 내가 한국에서 멀리, 한참 멀리 벗어나있다는 것을 느끼기에 충분..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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