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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

마중: 제네바에 도착했어요 제네바에 도착하니 아침 10시 40분. 맑고 차가운 공기가 폐속으로 밀려들어왔다. "와- 공기가 참 맛있어." 공항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생각보다 아담하고 오래된 느낌이 나는 공항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는 사람들. 낯설게 느껴졌다. 어찌된 일인지 쟌의 가족들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마중을 나왔을텐데…!" 쟌은 불안한 마음으로 입국장을 세 번 돌았지만 가족들을 만날 수 없었다. 유심도 없어서 가족들에게 연락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우선은 커피숍에서 기다려보기로 했다. 어차피 토마스를 위해 공항에 3시간은 더 있어야했다. 방글라데시 친구인 토마스는 쉥겐 비자 발급 때부터 고생이었다. 스위스 대사관에 갈 때마다 '은행 잔고 증명서를 떼와라, 보험가입 서류를 떼와라' 등등 준비해야 할 서류만 늘고 비자 발.. 더보기
환승역, 이스탄불 공항에서 12월 21일, 이스탄불공항 이스탄불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터키까지 장장 11시간 35분을 하늘 위에 떠있다가 드디어 발을 땅에 디뎌본다. 쑤시는 허리와 퉁퉁부은 발, 냄새가 진동하는 몸. 그러나 한국을 떠나면서부터 자유로운 나의 영혼. 동시에 책임감은 더욱 가중됐지만 나는 나 자신으로 호흡하고 나 자신으로 생각하며 나 자신으로 말하기 시작한 것만 같았다. 공항의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이스탄불은 어둠에 완전히 감싸져 있었다. 시침이 8시를 가리키고 있기에 저녁 8시로 생각했으나 아침이었음을 깨달은 것은 9시 쯤 되어 서서히 옅어지는 어둠을 보고서였다. '어두운 아침'. 서로 대치되는 단어의 배열이자 모순처럼 느껴지는 이 두 단어의 조합은 내가 한국에서 멀리, 한참 멀리 벗어나있다는 것을 느끼기에 충분.. 더보기
프롤로그 스위스와 프랑스에 처음 발을 디뎠던 때. 2016년 겨울. 거친 산맥 위로 소복이 덮인 눈이 장관이라 비행기 밖을 내내 바라보았다. 제네바 공항에 내렸을 때 시린 바람이지만 청명한 공기가 맛있다고 느껴졌던. 모든 것이 새롭고 설레고 마냥 좋았던 그 때. 나는 그때의 기록을 남겨두고 싶다. 객관적이지는 않지만 그 때 내가 느꼈던 느낌, 품었던 생각, 함께했던 순간, 다녀갔던 장소, 그 순간 그대로 남겨두고 싶기에. 그 순간만큼은 또한 진실한 것이었기에. 또한 아름다운 것이었기에. 그리고 그것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기에. 스위스와 프랑스에 대한 첫 기록을 남기는 작업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마무리 짓지 못했다. 그때 남겨놓은 메모장과 찍어둔 사진들을 토대로 기억을 불러오는 것은 노력을 요한다. 시간의 간격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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