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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

바칼로레아를 끝낸 고등학생들 요즘 불어연습을 바짝 하고 있다. 유럽에 온지 2년째, 프랑스 온지 1년 다 되었는데 그동안 불어 공부를 정말 설렁설렁 했다. 대충 주워들은 거 때려치기 하며 아주 베이직한 대화를 하는 데 까지는 큰 무리가 없었지만 점점 한계가 느껴진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과 일이 너무 제한적이라 불어공부 맘 먹고 하고 싶어졌다. 아무튼, 그래서 프랑스 인포같은 뉴스 사이트도 틈틈히 들어가보는데 오늘은 바칼로레아, 말하자면 수능을 끝낸 학생들을 인터뷰한 영상을 보게 됐다. 프랑스는 9월에 첫 학기를 시작해 6월에 한 학년을 마무리 하기 때문에 수능도 6월 중순 쯤 보게 된다. 인터뷰 내용은 대충 팬데믹으로 바크 (바칼로레아를 줄여서 바크이라고 부른다) 준비가 어려웠다, 수업 진도도 다 못 나간채 시험을 봐야했다, 등.. 더보기
김치의 부활 돌아온 김치 이야기. 내가 그 몹쓸 김치를 담근지 벌써 10일이 지났다. 하나 밖에 없는 냉장고는 놀라운 향기로 정복당하여 문을 열때마다 감탄사를 내뿜는다. 냉장고 문을 5초 이내로 열고 닫아보지만 이미 온 집안에 김치멜로디가 울려퍼져있다. "김치냄새..." 냄새로 고통받는 이는 신랑보다 나인 것 같다. 신랑은 내가 김치를 담그기 전 심각하게 고민을 털어놓은 바 있다. "너 김치 담그면... 냉장고에 냄새 다 배길텐데... 그리고 집안에도 김치 냄새 다 퍼질텐데..." "빨리 먹으면 돼~ 한 포기 담그는거라 금방 먹어질거야." 그렇게 프랑스에서 첫 배추김치를 담갔는데 김치냄새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파워가 있었다. 냉장고 열때마다 어택은 기본, 그 잔향이 정말 오래 멀리 갔다. 잠자려고 누웠다가 스멀스.. 더보기
읽기쟁이 수다쟁이 프랑스 사람들 우리 동네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는다. 프랑스 국민의 평균 독서량이 많은 것은 알고 있었다. Statista에 의하면 매일 혹은 거의 매일 책을 읽는 사람 45%, 자주 읽는다는 사람 42%, 휴일에만 읽는다는 사람은 12%라고 한다.(2021년 3월 통계) 2019년에는 15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일 년에 몇 권 정도 읽는지를 조사했다. 20권 이상 읽는 사람은 31%, 5-19권 읽는 사람은 39%. 1-4권 읽는 사람은 23%, 전혀 읽지 않는 사람은 8%라고 응답했다. 그렇다. 프랑스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책을 많이 좋아하고 책과 늘 가까이 있다. 만나면 자연스럽게 책 얘기를 하게 된다. '요즘 내가 이런 책을 읽고 있는데...' '이 책 읽어봤어?' '그런 고민이 있구나. 이 책 읽어봐... 더보기
오늘의 희노애락 오늘 신랑이 점심을 했다. 팔방미인이지만 아주 취약한 분야가 요리인데 오늘 자기가 점심을 하겠다고 자진해서 말했다. 엄청 간단한 요리를 할거라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했다. 하는 게 어디야.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신랑을 특급칭찬했다. 신랑은 말을 할 때 개구쟁이처럼 방방 뛰는 목소리에 보조개 폭 들어간 미소를 띄우며 말하는데 보석 박아놓은 것러럼 푸른 눈동자로 날 쳐다보며 그렇게 얘기를 하니까 귀찮은 부탁이라도 들어주게 된다. 그런데 오늘은 그 목소리, 그 미소, 그 눈동자를 다 장전하고서 본인이 요리하겠다고 하니 그렇게 기분이 좋다. 치명적이다 당신. 신랑이 삼겹살과 여러 야채를 그릴에 구워줬다. 고기가 부들부들하니 참 맛있었다. 우리 신랑 고기 잘 굽네. 많이 발전했다. 한국가면 장인어른 장모님 .. 더보기
중요하지 않다 오랫동안 인생에 대한 실망감 속에 스스로를 패배자로 여기며 살았다. 간절히 원하던 길을 걸어보지도 못하고 좌절을 맛보았을 때의 충격에서 일어나기 어려웠고 중요한 결정들을 앞두고 좌절의 그 날은 내 발목을 잡아왔다. 유일하게 가고 싶었던 길을 못 가게 한 부모님은 인생에 큰 장애물이고 그런 부모님의 반대를 넘어서진 못한 나는 겁쟁이에 낙오자다. 솔직히 많이 원망했다. 부모님이 많이 미웠고 내가 너무 몹쓸 사람 같았다. 신앙인으로서 더욱 혼란스러웠다. 내 삶은 하나님의 뜻 안에 있다고, 하나님이 내 길을 잘 아신다고 했는데... 그 길이 뭘까? 왜 내 꿈이 좌절되게 내버려 두셨을까? 그것도 거듭거듭!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었다. 뭐 하나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완전 꼬여버린 실뭉텅이 같았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더보기
김치를 하긴 했는데 김치를 했다. 결국 했다. 배추 사다놓은지는 일주일 넘은 것 같다. 슈퍼에서 배추를 보자마자 카트에 담긴했으나 막상 집에 오니 너무 막막하고 귀찮았다. 백종원씨 영상을 보면서 김치맛 상상만 했다. 부추도 없고 의욕도 없었다. 오늘은 왠일인지 하고싶었다. 날씨가 맑아서 그런가. 3월 초에 일 이주 쨍쨍하고 지금까지 계속 비가 오거나 먹구름낀 날씨였다. 아침기온은 10도를 못 넘기는 날도 많았다. 이렇게 우울한 날씨를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 아무튼 오늘은 날씨가 아주 좋았다. 미뤄뒀던 빨래도 돌려서 햇빛 잘 드는 곳에 널어두고 배추도 춥고 깜깜한 냉장고에서 꺼냈다. 3분의 1은 물김치로 먼저 담궜다. 신랑은 물김치를 좋아한다. 맵지도 않고 시원해서 한국 있을 때부터 물김치를 선호했다. 유튜브에 10분 완성 .. 더보기
프랑스어, 영어, 한국어... 말더듬이가 됐다 영어로 대화하면 작아지는 기분이다. 내가 엉망으로 말하고 있는 걸 스스로 너무 뚜렷하게 자각하기 때문이다. 영어권에서 온 사람들과 대화할때면 더욱 그렇다. 프랑스어를 배우면서 영어를 더 못하게 됐다. 12세 지나서 영어를 습득하기 시작했고 프랑스는 이제 와서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언어 반응이 뇌의 다른 위치에서 제각각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문장을 이해하고 반응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탁구 치듯 이어지는 대화에는 낄 엄두가 나질 않는다. 오랜만에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대화해보면 나의 한국어 능력마저 하락했음을 발견한다. 아니 모국어 능력도 잃을 수가 있나? 그렇네요. 난 어쩌면 좋죠. 원래 말에는 자신이 없는데 더더욱 자신이 없어진다. 다국어 구사자가 되면 어휘 감각이 풍부해지고 보유한 어휘량이 많아.. 더보기
한식 먹고 싶어서 미치겠는 날 요즘 한식이 먹고 싶어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식을 잘 안 하는 이유는 일단 재료구하기가 쉽지 않다. 육수의 기본인 멸치와 다시마를 파는 걸 본 적이 없다. 배추는 황금보다 희귀하다. 가끔 초겨울에 판매하기는 하는데 우리나라처럼 통통하고 속이 꽉 찬 배추는 당연 아니다. 시금치 같은 경우는 밑동 없이 이파리만 판매하고 잎의 크기가 굉장히 크며 달짝한 맛이 없다. 된장을 끓일 땐 애호박 대신 쥬키니를 넣고 새송이나 팽이버섯 대신 양송이버섯을 넣는데 뭔가 늘 아쉽다. 두 번째로는, 한식이 많이 복잡하게 느껴진다. 서양식은 샐러드와 메인메뉴 한 두 가지만 준비하면 충분한데 한식을 그렇게 차리면 너무 심심하고 만족스럽지 않다. 반찬을 한 번 할 때마다 양을 많이 해서 냉장고에 재어놓으면 되지만 그러기가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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