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다이어리

이게 바로 크리스마스 이브! 크리스마스는 스위스 뿐만 아니라 많은 유럽인에게 굉장히 특별하고 중요한 시즌이다. 크리스마스를 위해 일년을 살았다고 할 정도라니.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부모님댁으로, 친척 집으로 모여든다. 우리나라로 치면 설 명절인 셈. 스위스와 프랑스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와 새해에 걸쳐 보통 일주일, 길게는 10일 정도의휴가를 낸다. 쟌의 가족에게 ‘성탄절날이면 매번 가족들이 다 모였냐’고 물어봤다. 마린은 딱 한 번 빼고는 그렇다고 했다. 쟌이 타국에서 NGO일을 하던 때였는데, 부모님이 쟌을 만나러 가셨다고 했다. 쟌도 그 때를 빼고는 크리스마스면 어김없이 집으로 돌아왔다고. “모이면 보통 뭘 하고 시간을 보내나요?” 쟌의 집은 전통적으로(?) 마니또를 했단다. 선물을 교환하고 나면 제비뽑기를 해서 다음 년도 마니또.. 더보기
가을휴가, 아라쉬 라 프라스에서 "눈이 시린 풍경" 가을방학 (Les Vacances d'Autumne) 프랑스의 학교는 9월에 첫 학기를 시작, 10월 마지막 주-11월 첫 주에 걸쳐 가을방학을 맞이한다. 전통적으로 11월 1일에 모든 성인 대축일(Toussaint투쌍)이 있어서 이 날을 끼고 앞 주, 뒷주에 방학을 가진다. 그래서 바캉스 도똥(les vacances d'autumn 가을방학)이라고도 하고 바캉스 드 투쌍(les vacances de Toussaint)이라고도 한다. 이번 휴가는 꼭 가자 프랑스 근로자는 연간 최소 5주의 유급 휴가를 가질 수 있다. 보통 여름에 긴 휴가를 갖고 성탄절 주간에 1, 2주 정도 갖는다. (성탄절은 이곳에서 설날정도로 보면 되겠다.) 우리 부부는 여름 휴가를 전혀 갖지 못했다. 그래서 벼르고 있다가 이번에 휴.. 더보기
오늘의 득템은? 중고매장은 늘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에마우스는 중고매장 중에서도 가장 싸고 활발한 곳일테다. 나는 이곳에 가면 카운터 옆에 있는 사무용품 코너부터 살핀다. 쓸만한 미술재료를 건지기 위해서다. 오늘은 싸인펜을 건져볼 생각으로 큰 플라스틱통에 담겨있는 싸인펜 더미를 살피고 있었다. 드문드문 까렌다쉬와 스타빌로 싸인펜이 보였다. 빈종이에 잉크가 나오는지 테스트하며 열심히 고르고 있는데 한 아저씨가 희안한 프랑스억양으로 "카렌다쉬 풴을 찾고 이써용?"하고 물었다. "네. 카렌다쉬가 죠킨 죠터라구요." 나도 썩 좋지 않은 발음으로 띄엄띄엄 답을 했다. "혹쉬 아티스트?" "아, 아니에요. 미술을 많이 좋아해요." 아저씨는 잠시 기다려보라더니 카운터 안쪽에서 싸인펜이 가득 담긴 지퍼백을 가지고 왔다. "내가 까렌.. 더보기
한국을 떠나다 2019년 7월 15일 자정, 한국을 떠났다. 출국 전 스트레스 가득이었던 기억이 난다. 미래가 아주 불투명 한 상태에서, 한국에 당장 돌아올 일은 없다는 것만 아는 채로 떠났다. (그것도 확실하게 말할 순 없지만. 이건 거의 다짐이었지.) 스위스 비자를 5월 초에 신청했지만 감감무소식. 평균 2개월 걸린다 했는데 아니었다. 티켓팅은 이미 끝났고. 한국인은 무비자 입국이 90일 가능하니 가서 비자 경과를 알아보기로 하고 신랑이 스위스 사람이니 배우자 자격으로 머물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갔다. 그러나 불투명한 미래라 함은 내 비자를 말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가야할 길에 대해서였다. 비전에 대한 것이었고 현실적인 한계에 대한 것이었다. 신랑이 이미 일하고 있는 NGO에서 계속 일을 할 것인.. 더보기
유로컵 2020 스위스, 프랑스 꺾고 역사적 8강 진출! 2021년 6월 28일. 어두컴컴한 거실, 프로젝터가 빛을 쏘은 한 벽면만 환하다. 소파에 둘러앉은 이들의 시선도 모두 이곳에 집중됐다. 프로젝터는 크기가 매우 작았지만 스위스 대 프랑스전의 긴장감을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그 긴장감은 청중의 얼굴에 고스란히 반사됐다.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경기. 1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스위스의 세페로비치가 완벽한 헤딩골을 터뜨려 가뿐한 스타트를 끊었다. 그 이후로도 스위스는 공격적으로 프랑스 진영을 향해 나아갔다. 축구 강국 프랑스이지만 이번만큼은 스위스를 우습게 볼 수 없겠다는 인상을 주었다. 또한 후반전 10분에 스위스는 페널티킥을 얻어냈는데 아쉽게도 득점은 하지 못했다. 이렇게 스위스는 경기 초반부터 기세등등하게 나오며 경기를 장악하는 듯했다. 그러나 프랑.. 더보기
(사진업뎃)유럽은 지금 유럽은 지금 유로컵으로 뜨겁다. 거리와 아파트 여기저기, 본인이 응원하는 팀의 국기를 걸어놓은 게 보인다. 나는 프랑스에 살고 있으니 프랑스 국기를 많이 볼 것 같지만 축구에 있어 진심인 포르투갈사람들이 잊지 않고 걸어놓은 포르투갈 국기가 눈에 자주 띈다. 그리고 우리 집에는 조용한 아우성을 외치며 경기를 지켜보는 우리 스위스인 남편이 있다. 올해로 60주년을 맞이한 유로컵. 본래 작년에 개최되어야 했으나 코로나로 전 유럽이 마비됐었다. 그래서 올해 6월 12일부터 7월 12일부터 대회를 열게 되는데 대회명은 UEFA EURO 2020로 유지하기로 했다. 참가팀은 총 24개팀. 우리 신랑은 유럽인의 정석이라고 해야할지... 축구팬이다. 본인이 나고 자란 제네바 구단을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응원하.. 더보기
제 2의 방 우리 집엔 제 2의 방이 있다. 거실 하나, 침실 하나 있는 단촐한 우리 집 아파트에 자랑할 만한 구석이 있다면 그건 바로 테라스가 있다는 것이다. 사용가능한 기간은 최대 3월~10월까지 1년 중 8개월. 비가 오거나 너무 더운 시간엔 그나마도 쓸 수 없다. 올해처럼 겨울이 길어지기라도 하면 더더욱 테라스 사용이 어렵다. 이런 저런 날을 다 빼고 실제 사용기간을 계산해보면 3~4개월밖에 안되는 것 같다. 그래서 처음에는 테라스가 마음에 안들었다. 크게 쓸모도 없는데 방이나 하나 더 있어서 신랑의 책더미도 좀 예쁘게 정리해놓고 침실이면 침실, 서재면 서재답게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6월이 되면서 드디어 맑은 날씨가 이어졌다. 5월까지만 해도 아침 기온이 10도를 넘지 못하는 때가 많았다. 비도 얼마.. 더보기
뜻밖의 아시안마트 방문 주일이었다. 신랑의 전 동료 환송식에 다녀왔다. 약 14년간의 제네바 삶을 정리하고 고국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신랑은 그녀를 알고 지낸지 10년이 다 됐고 나는 세 번 정도 잠깐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매우 활기차고 성격이 좋아서 잠깐 봤음에도 가까운 사이인 것처럼 느끼게 했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떠난다는 소식에 서운한 마음까지 들었다. 환송식은 거의 하루종일 진행됐는데 손님은 미리 몇 시에 올건지 설문응답을 해야했다. 코로나 때문에 한 꺼번에 많은 사람이 오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음료수나 디저트도 각자 먹을 걸 준비해야했다. 그래서 나는 음료수 한 병이랑 아침에 먹다 남은 초코 쿠키 봉지를 챙겨갔다. 그런데 신랑이 나중에 보더니 "아무리 그래도 먹던 걸 가져오면 어떡해!"라며 기겁했다. 각자.. 더보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