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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프스코댁 다이어리

프랑스에 도착한지가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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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 는 말을 평생 동안 몇 번이나 사용하게 될까? 정말 자주 하는 말 중 하나인 듯하다.

시간이 저엉말 빨리 간다. 벌써 프랑스에 도착한 지 2주가 다 되어간다. 한국은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국가"목록에 있어서 나는 아무 무리 없이 일상생활을 시작했다. 다만 3일 전쯤부터 감기 기운이 있어서 아찔한 기분이었다. 코로나는 아닌 듯 하지만 이 시국에 감기 기운이라니.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감기가 걸릴 것 같기는 했다. 도착했을 때 한국이랑 기온차가 10도씩 났는 데다가 갑작스럽게 미라클 모닝이랍시고 안 하던 새벽 운동을 했다. 게다가 추워서 라디에이터를 켜놓고 자니 방이 극도로 건조한 바람에 기관지가 맛이 간 것 같다. (이래서 온돌바닥이 좋다.) 감기 걸릴 이유는 충분히 있는데 아무래도 사람들을 계속 만나야 하니 혹시 내가 바이러스 전파자는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다.

이곳 가을 날씨는 추운걸 둘째치고 너무 우울하다. 가을에 유독 비가 자주 내린다. 부슬부슬 떨어지는 빗방울에 몸도 마음도 움츠러든다. 그러다 오늘처럼 햇빛이 쨍한 날이면 블라인드를 다 걷어올린다. 벽에 햇빛을 마구 걸어둔다. 겨울이면 이 주, 삼 주 연속으로 우중충한 날이 지속되기 때문에 지금부터 햇빛이 드는 날이면 마음을 활짝 열어젖히고 광합성해우울한 날을 미리 대비해두는 게 좋다.

해만 들면 참 기분 좋은 풍경
가을이 땅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가을, 잠시 앉았다 갑니다
우리 동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경치좋은 곳에서 풀이나 뜯는 여유많은 소여, 너도 너의 인생을 살다 가겠구나

그래도 다행이다. 나는 이곳도 내 집 같다. 프랑스가 이렇게 암울한 날씨로 나를 맞이했더라도 이곳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내가 경영해야 삶, 살아내야 할 소명이 있다. 한국의 집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지만 프랑스도 삶의 한 켠에 분명한 터를 잡아가는 듯하다.

"맞아요. 장소보다 내 주변에 누가 있느냐가 더 영향을 크게 미치는 것 같아요."

영국인 이웃 분은 이렇게 맞장구를 쳐줬다.

"그리고 우리가 돌아가야 할 본향을 잊지 마!"

내가 집에 돌아온 것 같다고 하자 우리 목사님이 눈을 찡긋하며 말한다. 아무렴요. 절대 잊어서는 안 되죠.

 

나의 비자는 여전히 아무런 진척이 없다. 별문제 없이 출입국한 게 참 놀랍기만 하다. 그 문제 많은 비자 사이트 덕분에 나는 취업도, 면허증 교환도, 건강보험 가입도 못한다. 여전히 답답한 것 투성이지만 삶은 또 어찌어찌 굴러간다. 피아노 레슨을 시작하게 됐고 베이비 시팅과 영어수업 제안도 받았다. 인턴십은 갈수록 흥미진진해진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진보해가고 있다. 아! 프랑스어도 많이 늘었다. 한 달 동안 공부하지 않았는데도 돌아와서 내 프랑스어가 꽤 많이 늘었다는 걸 느꼈다. 많이 알아들을 뿐만 아니라 대답도 꽤 한다. 역시, 언어라는 건 배우는 기간과 약간의 쉬는 타임이 적절히 섞여야 한다. 그동안 배운 내용을 뇌가 정리할 수 있도록 말이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잘 지냅니다!'

 

 

사진 장소: 두베인 Douvaine, 오트 사부아 주 Haute-Savoie, 프랑스

2020년 10월 3일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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