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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프스코댁 다이어리

유럽에서 가성비 갑인 음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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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만에 다시 온 케밥집.
처음 왔을 땐 별로 맛있는지 몰랐다.
신랑이랑 냉랭한 기운 채 가시기도 전에 와서 그런지 양고기가 너무 비렸는지...

나는 믹스케밥을, 신랑은 양고기 케밥을 시켰다.
"나 작년에도 믹스 시켰던가?"
"응. 작년에도 너는 믹스, 나는 양 시켰어."
왠지 그런 것 같아 물었는데 진짜네.
한참 고민해서 믹스를 주문했는데 결국은 작년이랑 같은 메뉴를 선택했다니. 고민한 내용도 같았던 것 같다. '닭고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것만 먹긴 아쉽고 양고기만 먹기도 아쉬우니 어차피 같은 가격인 거 믹스를 시키자'라는 사고과정. 내년에도 비슷한 이유로 믹스를 시킬지도 모른다.

"그런데 포장해가려는 거 아니었어? 왜 먹고간다고 말한거야?"
내가 물었다.
"엇, 그러고 싶은 거 아니었어...? 에이, 오늘은 우리 데이트 날이잖아. 괜찮아. 분위기 좀 내는거지."
신랑이 대답했다.
이 집은 포장하면 케밥이 10프랑인데 먹고 가면 몇 프랑이 더 붙는다. 우리가 깜빡한 건 그게 한 두 프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양고기 케밥을 시킨 신랑은 5프랑을, 믹스를 시킨 나는 7프랑을 더 냈다.
"어, 뭐야? 결과적으로 같은 값이 아니네. 게다가 포장을 했으면 12프랑을 벌었다... 다음엔 그냥 포장하고 12프랑으로 다른 걸 더 사자. 근데... 우리 작년에도 이 얘기 했던 것 같다, 그치?"
신랑이 긁적이며 물었다.
오늘 우리 둘 다 왜이러니. 1년 전과 비슷한 시기에 케밥집에 와서 같은 과정을 거쳐 메뉴를 고르고 같은 후기를 남기고... 마치 영화에서 즐겨 사용하는 플롯처럼. 과거와 현재 비슷한 상황 그러나 달라진 두 사람. 뭐 그런거.

오늘은 서로를 향한 마음 가득 담아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어서 즐거웠다. 케밥, 정말 맛있었다. 내년에도 이맘때쯤 또 오자. 그 땐 고민 안하고 믹스로 시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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