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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프스코댁 다이어리

안녕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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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나와 신랑은 우리의 특별한 친구를 공항까지 데려다준 뒤 제네바 호수로 향했다.

딱히 계획한 건 아니었는데 집으로 바로 돌아가기는 너무 아쉬웠다.

 

"뭘 하고 싶은데?"

"호수가를 산책하는 건 어때?"

 

새해를 시작하며 평화로운 풍경을 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

걸으며, 얘기하며... 그렇게 새해에 대한 소망과 계획을 나눠보면 어떨까?

공휴일이라 제네바 중심가에 주차하기가 쉬웠다. 평소같았으면 비싼 요금을 내며 제한된 시간에 주차를 해야하지만 빨간 날에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 안심하고 돌아다녔다.

호수가를 따라 쭉 걷다보니 어느새 제네바의 상징이나 다름 없는 젯또 (jet d'eau)가 나왔다.

 

"가까이 가볼까?"

 

그러고보니 젯또 아주 가까이에 간 적이 없다.

 

"그럴 리가?! 전에 나랑 한 번 오지 않았어?"
"...글쎄. 젯또 분수대까지 가본 기억이 없는데......?"

 

자주 지나치는데다가 '언젠가는 갈 일이 있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에 분수대까지 갈 마음을 전혀 먹지 않았던 것이다.

"화성에 안 가본 수원 사람, 남산타워 안 가본 서울사람 딱 그 모양이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젯또 분수대까지 갔다왔다. 제네바에서 1년 살고, 제네바 옆 동네에서 또 다른 1년 반을 산 뒤.

분수대에서 물이 아주 힘차게 솟구쳤다. 물줄기는 대략 140미터까지 달려갔다가 슬로우모션으로 찍힌 듯 우아하게 흩어지며 떨어졌다. 흡사 거대한 여인이 긴 머리칼을 흩날리며 팔을 살짝 벌리고 서 있는 듯 했다.

 

"젯또를 배경으로 해서 새해 인사를 우리 가족들한테 보내자!"

비디오를 켰다. 하지만 신랑이 너무 장난을 많이 쳐서 그닥 보낼만한 비디오를 찍지는 못했다. 부모님이 우리 신랑의 진짜 얼굴을 보고 너무 충격을 먹으시지는 않을까...... 그래서 그냥 사진만 보냈다. 2022년, 우리의 새해도 이렇게 힘차게 뻗어나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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