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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로그

앙코르 독서! 난민이 된 여인들 이야기『We are displaced, Malala Yousaf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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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년 여름, 한국에서 제네바로 오는 길이었습니다. 경유시간이 넉넉해서 서점에 들렀었죠. 딱히 책을 살 생각은 아니었는데 제 마음을 낚아채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바로 난민이 된 여성들의 이야기.

스위스에는 약 110,000명 (2019년 기준 출처:The World Bank)의 난민이 있습니다. 한 동네에서 난민이신 분과 마주치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닙니다. 또한 제네바에는 수많은 국제구호단체, NGO 등등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그런지 난민 관련 일을 하시는 분을 쉽게 만납니다. 저희 시어머니도 난민을 대상으로 수년간 프랑스어 교사 일을 해오셨습니다.

지금은 난민이슈에 조금은 눈이 트였지만 제작년 제네바에 왔을 땐 아는 게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눈에 띄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Displaced." 이사도 아니고 이민도 아니고 비자발적으로 자신의 근거지를 박탈당하는 것. 이러한 일을 당한 수많은 이들 중 한 사람으로서 작가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래의 글은 제가 제작년에 쓴 리뷰입니다.


 

지금은 제네바. 한 날 서점에 들렀는데 프랑스어 책 틈에 영어책이 몇 권 보였다. 그 중 말랄라 유사프자이Malala YousafzaiWe are displaced가 눈에 띄었다. 제네바가 오랜 세월 난민을 수용해온 역사가 있고 남편의 가족들이 난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서 그랬던가. 제네바에 있는 동안 전세계적인 이슈인 난민에 대해 알아봐야겠다는 동기가 샘솟아 이 책을 구매했다.

 

© seteales, 출처 Unsplash

 

 

작가 말랄라는 파키스탄에서 탈레반에 저항하며 여성교육 신장을 위해 글로 싸우던 '소녀'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말랄라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으나 그녀의 이야기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명했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ISIS의 침략으로 가족들과 다른 동네로 피난을 갔다가 한참 뒤에 고향인 Swat Valley로 돌아왔다. 교육자인 아버지와 함께 그녀는 11살 때부터 여성교육에 앞장서서 BBC 블로그에 글을 꾸준히 기고했다. 그녀의 활동은 탈레반의 표적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녀와 가족은 지속적으로 테러위협을 받았고 말랄라는 총에 맞기도 했다. 결국 전 가족이 영국에서 보낸 헬기를 타고 탈출해야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경험은 말랄라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그녀가 꿈꾸는 정의를 향해 나아가게 만드는 듯 하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딴 비영리단체 '말랄라 펀드'를 만들어 여성인권이 박탈된 곳에 여성아동들이 12살까지 무료로 바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그녀는 17살이 되던 2014년에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말랄라는 이 책을 통해 어떤 이유로 전 세계 68.5만명의 인구가 "displaced" 되는지, "displaced"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리고자 한다. 1-47쪽 까지는 말랄라 본인의 이야기, 나머지는 displaced된 9명의 여인들과 1명의 난민관련 종사자의 이야기를 실음으로서 다양한 난민들의 이야기를 대표성 있게 묶어낸다.

 

© 12019, 출처 Pixabay

 

각기 다른 이유로 삶의 터전을 떠나야만 했고 생전 모르는 지방 혹은 나라로 displaced된 여인들. 그 이유들을 나열해보자면 이렇다. 내전, 종교적 급진파의 테러, 혁명, 가정폭력, 민족대학살 등등... 내쫓기듯 급하게 도망나왔든 더 나은 삶을 바라며 보따리 싸고 나왔든, 그들의 삶은 참으로 불안하기 짝이없다. 집이라고 안전한 것이 아니고 새로 찾아 떠난 곳이라고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다. 그 여정 또한.

"displaced" 된다는 것, 혹은 난민이 된다는 건 많은 걸 의미한다. 강력한 타의로 자신의 삶의 터전을 떠나는 것, 일시적이든 장기적으로든 정착하지 못하는 것, (종종 불이익을 당하는) 외국인 신분으로 살아간다는 것, 경제적, 교육적 혜택을 잃어버리는 것, 기본적인 필요여건이 불충족된 채 살아간다는 것, 목숨의 위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는 것...

물론 모든 난민이 강력한 타의로 도망나와 온갖 목숨의 위협들을 뚫고서 타국에 정착하는 것은 아니다. 본국에서도 충분히 잘 먹고 살다가 떠나온 사례도 있다. 나는 시댁 식구를 통해서 이야기를 듣거나 실제로 난민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스위스에서 받는 대접들이 참 미안할 정도로 탄탄한 삶을 살던 이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왜 본인들의 안락한 삶을 떠나야만 했는가 하는 질문에 공통적으로 답한 것이 있다. 그것은 "인권"을 박탈당했다는 것이다. 교육, 경제, 정치, 종교적 권리 그 어떤 것이든 한 인간으로서 사유하고 결정하고 표현하며 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아 그들은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한 가지 사실을 보태 이 책에 나오는 9명의 여인들은 여성이기에 그 모든 권리들을 박탈당했거나 불이익을 당했으며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진행형이다. 돌이킬 수도, 지워버릴 수도 없는 순간들을 지나온 이들은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다. 독자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이들의 이야기에 작은 관심을 갖는 것이라는 말을 남기며 말랄라는 책을 끝맺는다.


각각 다른 이유와 경로로 난민이 된 이들의 이야기는 난민들의 삶이 어떠한지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난민 이슈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 알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어휘나 문장이 복잡하지 않아서 영어공부하기에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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