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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프스코댁 다이어리

플랑팔레 광장: 락다운 끝! 벼룩시장 재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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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팔레 광장(Plainpalais)에 왔다.

붉은 자갈을 깔아놓은 이 광장 둘레로 수요일과 토요일마다 벼룩시장이 선다. 벼룩시장은 프랑스어로 Marché aux puces. 마쉐 오 퓌스 라고 발음한다. puces는 벼룩이라는 뜻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3월 16일부터 국가 차원의 강력한 제재가 있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당연히 벼룩시장도 금지됐는데 오늘인 5월 20일, 약 2달 만에 드디어 장이 다시 오픈할 수 있게 됐다.

날씨 좋고 사람들도 활기차게 장을 돌아다닌다. 그동안의 걱정과 우울함은 다 잊은 듯, 우리를 위협하던 바이러스를 잊은 듯. 물론 시장 여기저기 붙은 사회적 거리 지키기 문구와 경비원들, 손세정제, 마스크가 완전히 안심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우리의 마음 한구석에도 혹시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그간 "플랑팔레에서 보자"라고 하지 못해 얼마나 몸이 근질거렸을까. 이곳은 벼룩시장일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요, 스케이트와 보드를 마음껏 탈 수 있는 곳이다. 아! 제네바에서 가장 규모가 큰 파머스마켓도 일, 화, 금요일마다 이곳에서 열린다. 제네바의 중심부인 이곳이 그간 조용했으니 다른 동네는 말할 것도 없겠다. 우리는 잠들지 못해 이리저리 뒤척이는 긴 밤을 지나온 것 같다.

일상을 다시 누리고 싶은 소망이 간절했을 것이다. 상인들은 더더욱 그랬겠지. 다들 어떻게 생계를 이어왔는지는 모르겠다. 3개월간 자릿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혜택이 주어졌다. 새로 입점하는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지는 모르겠다. 여기 입점하려면 최소 5년은 기다려야한다는 말이 있다. 이래 봬도 자리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어쨌거나 그동안 장사를 못해서 생긴 손실이 클 거라 짐작할 뿐이다.

나는 잘 아는 분이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어 가끔 바람쇨 겸 놀러 온다. 같이 점심을 먹거나 티타임을 갖거나. 이야기하며 좀 놀다가 시장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한다. 사연 가득 담긴 물건들, 고풍스러운 가구, 어딜 가나 참으로 싼 중국산 생필품, 단돈 2프랑의 구제 옷가지들. 이곳저곳 눈을 바쁘게 옮기다가 박스 이곳저곳을 들쑤시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광장을 한 바퀴 다 돌고 난 뒤 내 손에는 괜찮은 물건들이 들려있다.

나의 지인은 이 광장에서 여러 언어로 번역된 성경책과 신앙서적들을 주로 판다. 친구도 많아서 놀러오는 이들이 많다. 와서는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떠난다. 이 구역은 왠지 가게보다 상담소 내지는 사교모임의 기능을 더 하는 듯하다. 이곳을 찾아오는 나도 책을 사러 오기보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어 발걸음 하는 것이지만. 

플랑팔레는 본래 활기찬 곳이지만 오늘은 더더욱 그래 보인다. 뭔가를 꼭 사기 위해 온 사람도 있지만 삶을 만끽하고 싶어 나온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은 킥보드를 타고 엄마를 따라 장을 구경한다. 두 손을 맞잡은 커플들은 재미난 골동품을 들었다 놨다 하며 소곤소곤 얘기를 나눈다. 어떤 사람들은 성경책을 파는 우리 구역으로 와 간증 비슷한 걸 하고 간다. 자기 격리기간 동안 많은 것을 묵상하게 됐노라고. 지금껏 행복을 위해 필수적으로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헛된 것임을 알게 됐노라고.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자문했노라고. 부스 주인도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털어놓고 간다. 진열되어 있는 성경이 그들의 마음을 열어놓기라도 한 듯.

바람이 점점 강하게 분다. 밝은 햇살로 눈은 부신데 바람이 세차서 그런지 그늘 아래 있으면 춥다. 그래서 내리쬐는 햇빛을 받으며 꽤 오랜 시간 있었더니 얼굴이 좀 그을렀다. 기분이 좋은데 -. 선크림도 안 바르고 맨얼굴로 나가서는 안 그래도 까만 피부에 농도를 더했다. 거의 집안에서만 생활해서 그런가, 오랜만의 외출이 신나서 그런가 무방비로 맞이하는 햇빛이 싫지 않다. 참으로 밝고 따스하던걸. 참으로 행복하던걸.

 

플랑팔레 가는 교통편

트램 12, 15 - Plainpalais 정거장: 광장의 서편으로 스케이트 파크와 가깝다.

버스 1, 27, 32 - Ecole-Médecine: 광장의 서편.

 

편의시설

공중화장실 (무료)

무료 와이파이 (와이파이 이름 Ville Geneve; 트램 정거장 쪽에서 잘 터짐)

많은 벤치와 테이블. 피크닉 하기에 좋음.

자전거 주차장

광장 동편에 스위스 마트인 쿱(Coop)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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