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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로그

무엇이 좋은 포스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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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티스토리를 처음에 시작할 때 나의 목표는 일주일 최소 포스팅 3개, 최대 5개 발행이었다. 초기에는 애드센스 승인을 받으려는 욕심에 계획을 꽤 잘 지켰다. 그리고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이었을까, 한 달 좀 지나 애드센스 승인을 받았다. (신기) 

글쓰기에 더 재미가 붙었다. 본래 글쓰기를 좋아했는데 내 취미에 금전적 보상이 생기니 좋았다. 와,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어떤 소재가 돈이 될까 생각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순수한 열정으로 하던 글쓰기에 보상심리가 끼더니 주객이 점점 전도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돈이 좀 안 된다 싶은 소재는 휴지통에 던지는 듯한. 그런데 이런 자본주의적인 (?) 사고방식이 블로그나 글쓰기에만 침투한 게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아서 그런지 내 라이프스타일이나 많은 행동의 동기들이 점점 자본에 맞춰가는 듯하다. 내가 순수하게 좋아하던 일들의 색이 점점 바래져간다. 어떤 행동이나 계획의 동기를 수익에서 먼저 찾는다. 

현실적인 건 좋다. 하지만 모든 게 자본 위주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계산적인 인간관계, 가족과 보내는 행복한 시간과 맞바꾼 노동 등등. 자본 중심적인 가치판단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실적으로 자본이 삶을 받쳐줘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우선순위를 빼앗기고 싶지 않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순수한 마음으로 몰두하는 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다.

2.

블로그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 내 일상에 대한 기록 등등 유익한 내용과 함께 나를 담아내는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한 날, 특정 글들이 조회수를 엄청나게 기록하기 시작했다. 코로나와 관련된 글이었다. 유럽 상황에 대해 궁금하신 분이 있을 것 같고 나 또한 정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알고 싶었으며 비정상적인, 어쩌면 역사적인 이때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어 발행한 글들. 조회수가 폭발했다. (내 기준에서)만 명씩 오는 그런 스케일은 아닌데 운영한 지 얼마 안 된 시점, 하루 평균 20명 들어오다가 갑자기 150-200명씩 들어오니까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혹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건 아닐까? 코로나같이 민감한 이슈를 사용해서 가짜 뉴스를 전파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실제로 나는 "감기와 코로나바이러스 차이점"에 대한 글을 썼다가 내린 적이 있다. 내 글이 가짜 뉴스를 담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코로나 19에 대해 상당히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쓴 글로, 사람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감기와 코로나바이러스 증상 구별에 대해 의사들이 언급한 것들을 인용했었는데,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코로나 증상이 더 다양하게 밝혀졌고 일반 감기와 증상 구별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이 글을 비공개 처리했다. 조회수를 상당히 끌던 글이었지만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는 없었다.

 

3.

이 시기에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코로나 19가 중국에서부터 퍼진 여파로 아시아인이 유럽에서 차별을 당한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나에게 "차별당하고 있는 건 아니니?" 걱정하며 연락하시는 분도 계셨다. 하지만 그 차별이라는 게 어떤 때는 부풀려지거나 왜곡된 형태로 전해지는 듯했다. 차별 그 자체가 왜곡되고 부풀려진 생각인데 그 차별에 대한 차별이 일어나고 있었다. 앞뒤 쟤지 않고 "유럽사람들 진짜 xx"라는 반응들을 접했다.  유럽 사람들에 대한 혐오가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전파되고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노인들을 마구잡이로 연행한다 카더라~는 비디오도 돌았다. 짜깁기된 영상으로, 심지어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었고 코로나 사태에 관한 영상도 아니었다. 다행히 누군가 이 찌라시 영상에 대한 오해를 잡아주는 글을 올려주셨지만 아직도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인종차별은 그 형태와 수위가 다를 뿐이지 어느 나라를 가도 존재한다. 한국에서 외국인의 입장을 거부하는 문구가 상점 여기저기 붙어서 이슈가 됐었다. 모든 외국인은 코로나 감염자 혹은 전파 자라고 하는 일반화의 오류. 이러한 형태의 인종차별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조사해서 벌을 줄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아마도 우리는... 인류의 불완전함과 악한 본성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인종차별에서 완전히 떳떳한 국가 혹은 개인은 없다. 우리가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며 더 알아가는 수밖에.

유럽과 아시아. 참으로 다른 언어, 사고방식, 문화를 가졌다 보니 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인종차별이 없다고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코로나와 관련된 인종차별이 드러나기 전 그간 쌓여왔던 소통의 부제와 오해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아시아인에 대한 오해와 차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아시아인 혹은 유럽인을 뭉떵거려 정의하는 것 자체부터 차별적) 모든 유럽인이 타 문화권에 대해 무지하고 인종차별주의적이라는 식의 일반화는 할 필요 없다. (만약 그랬다면 내가 여기서 스위스 남자랑 결혼하고 즐겁게 잘 살고 있을 리가 없다.) 우리가 평소 갖고 있던 유럽인에 대한 이미지가 왜곡되어있진 않은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 시점 이후 글쓰기가 굉장히 조심스럽다. 개인적으로, 나는 스위스에서 갖는 좋은 추억들이 많다. 나는 스위스가 너무 좋다. 스위스 사람들도, 문화도, 음식도. 그리고 아직은 인종차별을 겪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여기 사는 한국 친구를 만나면서 그 친구가 경험하는 차별에 대해 듣게 됐다. 그래서 아직 내가 객관적으로 이 사회를 읽지 못하고 있구나 느꼈다. 이 상태에서 글을 쓴다면 한쪽 눈 가린 채로 스위스 찬양하는 꼴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반면에, 스위스에 대해 거의 폭격을 때리다시피 하는 블로거도 있다. 그분이 스위스에 대한 환상을 깨부스려는 의도는 좋으나 그분 또한 한쪽 눈 가리고 비판만 하는 꼴이라 그리 좋지 않게 보인다. 그분 글을 보고 스위스에 대해 가질 오해들이 얼마나 많을까. 글에 대한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진다.

4.

글이라는 게 참 무섭다. 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그러려면 사실 조사를 공들여서 해야 한다. 문장과 단어 배열도 명확하게 해야 한다. 시간이 들 수밖에 없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김정은이 공식석상에 등장하지 않은 기간 동안 쏟아져 나온 뉴스들만 해도 글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절실히 느끼게 해 준다. CNN이라는 권위 있는 매체에서 쏟아져 나온 기사들이었기에 그 파급력은 더 엄청났다. 물론 그들도 나름대로 공신력 있는 정보통을 이용했겠지만 섣부른 판단이 잘못된 행동을 낳았고 거기에 대한 파급은 우리나라 주식 5%가 떨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전쟁의 불안을 경험하는 등등... 상당히 깊었다. 그리고 김정은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다시 드러냈을 때 CNN에게 돌아온 그 파급 또한 엄청나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커졌을 텐데 이제 우리는 어디를 통해 믿을 만한 소식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근데 언론에 대한 불신에 찌라시 소식통을 더 믿게 되는 이상한 현상은 뭐라고 설명을...?)

그렇기에 쓰는 사람은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신중하게 글을 쓰고 읽는 사람은 비판적이고 깐깐한 시각으로 여러 글을 대조해가며 사실을 알아가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그렇게 읽고 또 쓰려니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포스팅을 그리 자주 업데이트 못합니다~라는 기나긴 변명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느끼는 현재의 감정과 생각을 너무 정제할 필요는 또 없겠지. (나만 볼 수 있는 수첩을 갖고 있는 게 정말 중요한 듯.) 다시 돌아오지 않는 오늘 이 순간을 만끽하기를. 인생을 가꾸기를. 타인을 소중하게 여기기를. 거짓을 경계하고 진리를 사랑하기를. 이러한 내가 되고 내 글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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