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에 N잡러 시대라고 하지만 우선순위를 정하고 한 가지를 꾸준히, 집중력 있게 해야 할 필요가 더더욱 부각되는 것 같다. 나는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뻗어가는 흥미때문에 내 지경을 넓히기도 하고 일상에 재미를 더하기도 하지만 이 넘치는 에너지를 어디로 모아야 할지 몰라 자주 헤맨다. 흥미를 쫓아가다보면 별의별 아이디어도 많이 튀어나오는데 거기에 휩싸여서 일을 새로 벌이곤 한다. 유튜브도 해보고, 수입형 블로그도 시작해 본다. 음악적 영감에 사로잡혀 작곡을 하다가 어느 멋진 하루를 잊고 싶지 않아 일기장에 그림을 그린다. 프리랜서로 어떻게 더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을까 열심히 길을 파본다.
그렇게 가다가 비로소 깨닫는다.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고. 하고싶은 모든 걸 할 수는 없다고. 몸뚱이가 하나이고 생은 한 번뿐이라는 걸 체감한다. 그렇게 겸손해진다. 나는 신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조용히 묵상에 잠긴다. 하늘아래 한 낱 먼지 같은 존재임을 인정하며 내 인생의 목적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예수를 믿어 내겐 영생이라는 때가 있다는 게 참 감사하다. 그땐 하고 싶은 것을 원 없이 해볼 수 있겠지. 그 영생이라는 때와 비교해 보면 이 땅에서의 삶은 참으로 찰나에 불과하다. 이 찰나의 순간에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찰나의 순간은 영생을 위한 투자가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유튜브도 계속할 수 있고, 수입형 블로그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프리랜서로서 뭔가 해볼 수도 있다. 무엇을 하든 내용물은 단순히 내 관심사가 아닌 영생을 담은 무언가가 될 테지만.
시간과 에너지 문제만이 아니다. 세무법을 봐도 뭔가 하나를 집중력 있게 꾸준히 하는 게 유익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수입이 발생하면 소득을 신고하고 그에 따른 세금을 내야 하지 않은가? 수입 경로가 여러 군데라면 그에 따라 장부를 각각 작성해야 하고, 유튜버, 블로거, 프리랜서처럼 본인이 고용주인 이상 세법을 더 상세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손해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철저하게, 꼼꼼하게, 정확하게 수입과 지출관리를 해야 한다. 회계일만 해도 시간과 정신력이 많이 소모된다. 그래서 최대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나의 주제 혹은 명분으로 묶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예를 들어 일러스트 따로, 유튜브 따로가 아니라 하나의 사업내용을 위해 일러스트를 하고 유튜브를 해서 장부를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 모든 활동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사업내용이 무엇일까? 하나로 묶을 때 할 수 없게 되는 일, 불필요한 일도 더 뚜렷해진다. 어디에 시간과 에너지를 더 쏟을지 선택하기 쉬워진다. 예로, 음악활동에 집중하기로 했을 때 번역 일은 포기하는 게 이득일 것이다. 혹은 둘 다 할 수 있는 명분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음악과 번역 둘 다 시간과 노력이 좀 웬만히 들어가는 일인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음악활동의 성격에 있어서도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과의 연장선상에서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혹은 단기 프로젝트 형식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일과 목표에 맞춰 일의 성격을 달리할 수 있을 것이다.
N잡러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시공간 제약이 없는 터라 해외든 어디든 본인이 원하는 곳에서 일을 할 수 있어 부러워 보인다. 실상은 비자문제, 외국인으로서 거주지 임대문제 등등 장애물이 많아 결국은 본인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막상 나가보면 자국에서는 증명할 필요도 없는 것들을 증명해야 하는 등... 숨 쉬는 것을 허가받아야 하니 억울한 마음도 든다. 스케줄도 본인이 관리해야 하다 보니 과하게 업무를 하기도 하고 혹은 너무 게을러져서 정신적으로 지쳐버리기 쉽다고. 성공에 대한 강박과 조회수유지, 좋아요 늘리기 등 소셜미디어가 동반하는 심리적 압박은 쉼을 잊게 만들고 결승선이 없는 질주를 하게 만든다고 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은 나의 가치관과 믿음을 반영한다. 그 가치와 믿음을 위해 어떤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잘 포기하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인 것 같다.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라는 말씀이 있지 않는가. 무엇을 포기할 준비가 되었는가?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 셈을 해보았는가? 그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나는 또 한 번 내게 묻는다.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누가복음 14: 28-30 너희 가운데서 누가 망대를 세우려고 하면, 그것을 완성할 만한 비용이 자기에게 있는지를, 먼저 앉아서 셈하여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렇게 하지 않아서, 기초만 놓은 채 완성하지 못하면, 보는 사람들이 그를 비웃을 것이며, '이 사람이 짓기를 시작만 하고, 끝내지는 못하였구나’ 하고 말할 것이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로 결심하면 그에 따른 대가가 따르는데 그 대가를 잘 알고 결정하고, 결정했다면 달려갈 길 다 하도록 따라라는 뜻이다 (참고: 누가복음 14:33; 빌립보서 3:14). 여기저기 붕붕 뛰어다니는 나의 열정과 흥미는 감사하게도 성경 속의 십자가가 알려주는 생의 목적과 의미 안에서 갈 방향을 잡는다. 예수님의 제자로 살아가는 것. 다르게 말하자면 예수님의 사랑을 살아내는 것이다. 내가 받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을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이 사랑으로 섬기기 위한 삶으로 나아간다. 이를 위해 내가 가진 재능, 열정, 관심과 기술을 어떻게 잘 사용할 수 있을까 오늘도 고민해 본다.
참고글:
워크라이프: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접는 사람들 - BBC News 코리아
[세무상식] 종합소득세를 위한 간편장부 작성법 & 양식 (엑셀버전)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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